어버이날 행사가 다양한 가운데 복지관으로부터 장수사진 찍어주기에

도움을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사진 찍는 것 좋아합니다" 라고 흔쾌히 응낙하고 미리 현장 답사를 갔더니

그동안 함께 사진 공부를 하고 같이 영화도 찍었던 남자분이 자기 혼자서

하는 것이 힘들 것 같아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넓은 방에는 조명과 스크린과 두 대의 카메라가 삼각대에 설치되어 있고

사진 찍을 사람들에게 미리 신청을 받았는데 너무 많아서 30명으로 제한을 했단다.

이번 컨셉은 여행사진과 증명사진인데 그린스크린에서 여행하듯 사진을 찍어

세계각국 배경에 합성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연습을 하면서 엥글 색감 노출 등 카메라 셋팅을 하며

그동안 쌓아온 카메라 지식을 총동원했다.

남자분은 워낙 사진도 동영상도 잘 찍고 늘 복지관 봉사도 잘하시는 분이어서

나는 그냥 분위기만 살려주면 되겠다 했는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닐 듯 싶었다.

 

5 4일 아침 10노트북에 마우스 챙겨 넣고 복지관에 도착.

오늘 찍을 사진 복사 저장도 하고오후 1시 사진수업 화상강의 들으려면

노트북이 있어야 된다.

 

‘재능기부 봉사’ 라는 명찰을 가슴에 달고 어버이날 카네이션도 꽂고

사람들이 밀려오기 전 우리가 먼저 사진을 찍고 확인을 했다.

차례차례 사진을 찍으면서 내가 주로 해야 하는 일은 "허리 펴세요어깨 힘

빼시고팔도 힘 빼시고가슴을 펴시고발은 걷는 듯이자연스럽게,

좋은 생각만 하세요카메라는 보지 마세요시선은 먼 곳으로좋아요 좋아요,

웃으세요 마음놓고 웃으세요.......... 오케이찰칵."


말하는 대로 쉽게 따라주면 어려울 것이 없는데 어깨는 거의 다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오른쪽으로 조금만하면 너무 기울고반대로 하면 또 처지고,

나는 손짓 발짓 몸짓 총동원이다.

어느 틈에 젊은 복지사들이 들어와서 정신없이 움직이는 나를 사진 찍고 있다.

 

서로들 먼저 해달라는 중에 한 팀은 부부가 같이 찍겠다고 한다.

남편에게 약간의 허리 장애가 있는듯하고 청각장애도 있어서 부인이 계속

소통을 해주고 있다.

처음부터 두 손을 꼭 잡고 포즈를 취하는데 말끔한 부인은 아주 좋은데

남편의 자세가 잡히지 않아 나는 왔다갔다 하면서 남편의 손을 부인의 어깨에

살짝 얹어주기도 하고 한참 동안 공을 들였더니 나름대로 뿌듯함이 느껴진다.

 

마스크 쓰니까 립스틱을 안 발랐다는 여자분에게는 내 립스틱을 빌려주고

흐트러진 머리는 빗으로 가다듬어 주니 어쩜 이렇게 친절하냐고 하면서

계속 고마움을 표한다.

 

친구들 사진 찍어준 예를 들어보면 아무리 열심히 찍어주어도 만족해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 친구들은 자기도 못 하면서 잔소리가 많다고 불평을 했으니까.

그러나 그동안 계속 불만을 들어가며 기회 있을 때마다 샷터를 눌렀던 경험이

오늘의 이런 기회를 준 것 같다.

세월을 아주 그냥 보내지는 않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점심시간이 되자 완전 녹초가 된 나는 특별히 제공된 꼬리곰탕이 꽤 맛이 있었는데

너무 힘이 들어서 밥이 안 들어간다는 어른들 말씀을 처음으로 경험한 듯하다.


A4 용지 크기의 사진을 무료로 액자에 넣어준다는데, 미처 신청하지 못해서

사진을 찍지 못한 회원들에게는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으니 또 봉사 요청이

온다면 기꺼이 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