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보름 날

 

     커피를 마시며 아내가 장만한 부럼 땅콩을 깨니

    어릴 때 생각이 떠오른다

 

     어머니는 부엌에 초석자리를 펴고 오곡밥과 다섯 가지 나물을 차려놓고

    두 손을 모아 빌고 또 빈다,  ‘무엇을 빌었을까?’

     해질녘이면 보자기에 간단한 음식을 싸 들고 

    금호강에 가서 자갈밭에서 촛불을 켜 놓고 또 빈다.

      ‘아마 여름이면 금호강에서 얼굴이 까맣게 타도록 목욕하고 고기 잡으며 노는 

    아들의 무탈을 용왕님께 빌었으리라

 

     해가 빠지면 동무들과 조산천 갱빈에서 깡통에 구멍을 뚫고 철사에 매달아 

    나무를 넣고 불을 붙여 빙 빙 돌리며 쥐불놀이를 하였다

    온 방천에 원을 그리는 불꽃이 아름다웠다.

    붉은 불빛이 빙글 빙글 원을 그리며 돌아가며,

    쫓아다니는 동무들의 환한 얼굴을 비춘다.

 

     중천에 보름달이 뜨면 쥐불도 사그라든다.

 

           2024. 2. 24    琴  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