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 복지시설 활기... 신청자 한꺼번에 몰려 혼란도

 27일 오전 성남시 판교노인종합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포켓볼 시합을 하고 있다. 조주현 기자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반갑구만, 숨이 탁 트이는 기분이야"

27일 오전 11시 성남시 분당구의 판교노인종합복지관. 복지관엔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푸는 어르신들의 대화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2~3층에선 건강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됐는데,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20명가량의 어르신들의 힘찬 기합소리와 열기가 실내를 달구고 있었다. 이 복지관에선 필라테스 수업과 당구, 탁구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중인데, 복지관 측은 프로그램이 재개된 지난 25일 첫날부터 신청자 30명이 한꺼번에 몰려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같은 시각 용인특례시 수지구에 위치한 용인시수지노인복지관. 복지관 내 교실에선 80~80대의 만학도 15명이 칠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일본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아, 이, 우, 에, 오"하며 일본어 발음을 따라하는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복도 밖까지 새어 나왔다. 두 달만에 재개된 탓인지 이날만해도 해당 복지관엔 약 100명의 어르신들이 방문해 복지관 내부는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오후 경로당에서도 어르신들의 웃음꽃은 끊이지 않았다.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기로경로당에선 약25명의 어르신들이 각각 짝을 지어 장기와 화투대결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 어르신은 아쉽게 장기 대결에서 패배하자, "내일 다시 두쇼"라고 했고 함께 대결을 펼친 어르신은 "경로당은 이제 항상 열리니 언제든지 덤비슈"라며 유쾌하게 응수했다. 또 일부 어르신은 경로당 운영시간인 오후 1시보다 무려 2시간이나 먼저 경로당에 방문해 문이 열리길 기다리기도 했다. 신갑식 기로경로당 회장(71)은 "그간 경로당 어르신들이 혼자 집에 오래 있다 보니 많이 적적해 했다"며 "이제라도 경로당이 활기를 뗘 너무 반갑고 앞으로 더 푸근한 경로당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같은 시각 성남의 녹색결오당에선 이명자 할머니(75. 가명)의 흥겨운 노랫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 할머니의 노랫소리에 어르신 5명은 그 자리에서 일어났고, 흥겨운 장단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 할머니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너무 반가워 노랫말이 흘러나왔다"며 "기나긴 시간이었던 만큼 앞으론 더 자주 경로당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등 노인복지여가시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며 노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활동성이 매우 떨어져 있던 상황"이라며 "이번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노인들이 서로 교류하는 과정에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향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지난 25일부터 경기지역 노인복지관 62개소와 경로당 99천여개소 등 노인 관련 복지시설이 운영을 재개했다.

김정규 기자

출처: 경기일보(ww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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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그곳&] “반갑다 친구야” 어르신들 모처럼 웃음꽃 (kyeonggi.com)